Gary Moore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30년이 지나 다시 잡아보는 한 곡
Gary Moore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20대 초반의 어느 날이었다.
정확히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기분만큼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굉장히 지치고 우울했던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 초반이었는데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어렸고,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것 같다.
약간의 알코올도 들어가 있었고, 그런 상태로 집에 돌아와 혼자 내 방에 있었다.
당시 내 방에는 인켈 오디오가 있었고, 중딩 때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산 카세트테이프와 LP가 나의 전 재산이었던 시절이었다.
좁은 방 안에는 LP와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그때쯤부터 모으기 시작한 CD들이 있었다.
지금처럼 유튜브를 켜서 듣고 싶은 곡을 바로 찾아 듣던 시절도 아니었다.
그날따라 게리 무어의 기타가 듣고 싶었고, 많은 LP 중에서 그 앨범을 찾아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트랙에 맞추어 올려놓았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한 곡이 유난히 듣고 싶었다.
처음 듣는 곡도 아니었고 이미 전부터 알고 있던 곡이었다.
Gary Moore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
바늘이 레코드판에 닿으면서 특유의 지글지글한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오르간 소리가 천천히 깔리며 기타 인트로가 시작됐다.
불을 꺼놓은 어두운 방.
조금 우울한 마음과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이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위로 기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날 들었던 그 기타 소리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이 곡의 원곡은 Roy Buchanan의 연주다.
Roy Buchanan 특유의 Telecaster 소리로 들려주는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역시 정말 좋은 연주다.
텔레캐스터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처절한 소리.
그 소리에는 원곡만이 가지고 있는 깊은 맛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 곡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 것은 Gary Moore의 연주였다.
특히 내가 이 곡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단순히 멜로디만이 아니었다.
Gary Moore 특유의 깊고 길게 이어지는 서스테인.
음 하나를 잡고 끝없이 끌고 가는 듯한 그 소리.
그 기타 소리에 내 마음과 감정을 그날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볼륨 주법으로 음이 서서히 밀려 올라오면서 만들어내는 기타의 울부짖는 소리….
때로는 흐느끼는 것 같고, 때로는 울부짖는 것처럼 들리는 기타 하울링.
나는 지금도 그 부분이 Gary Moore 버전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기타가 단순히 음을 내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기타가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마치 기승전결과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듯한 그런 곡이었다.
특히 그날은 그 소리가 유난히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당시 나는 하나님과 조금 멀어져 있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살아가는 문제도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집안 문제와 앞으로 살아갈 진로에 대한 갈등이 많았던 때였던 것 같다.
마음도 많이 힘들었던 하루였고, 신앙에서도 하나님과 멀어져 있던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깜깜한 방 안에서 Gary Moore의 기타가 울부짖듯 올라오는 그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상하게 다시 하나님의 존재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하나님 곁으로 가야겠다.
마치 그 울부짖는 기타 소리를 통해 하나님이 다시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우울했던 내 마음과 음악이 맞아떨어져 그렇게 느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꽤 강렬한 경험이었고, 그날 이후로 이 곡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베스트 곡 중 하나다.
잠시 하나님과 멀어져 있을지 몰라도 결국 다시 하나님 곁으로 돌아갈 것이고,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곡의 제목마저
The Messiah Will Come Again.
그날의 나에게는 그냥 기타 연주곡의 제목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메시아는 다시 오실 것이고,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신다.’
그런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그 제목과 Gary Moore의 울부짖는 기타 소리가 그날 내 마음속에서 하나로 겹쳐졌고, 그래서 나에게 이 곡은 단순히 유명한 기타 연주곡 한 곡이 아니게 되었다.
20대 초반의 어느 우울했던 밤.
조금 멀어져 있던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고, 다시 하나님 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곡.
그리고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곡을 꼭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연주해봐야겠다.
단순히 기타가 멋있어서 카피하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 곡에는 당시의 내 마음과 신앙, 그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같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이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음악을 같이 하고 싶었던 형과 음악은 제대로 못 해보고, 같이 악기점을 동업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악기점을 개업했으니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못했고, 악기라는 자체가 특히 기타는 초기 자본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도 예전에 점원으로 일했던 악기점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다달이 갚아야 하는 빚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낮에는 악기점을 운영하고, 저녁에는 부족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음악하는 선배 형과 함께 밤무대에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2년 정도 그렇게 생활했던 것 같다.
낮에는 악기점.
저녁에는 밤무대.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참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체력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살았다.
밤무대에서는 가끔 손님들이 노래가 아닌 기타 연주곡을 해달라고 할 때가 많았다.
여러 연주곡이 있었지만, 연주 신청이 들어오면 그 많은 곡 중 내가 한 번씩 연주했던 곡 중 하나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이 곡을 연주하고 나면 손님들이 팁을 꽤 두둑하게 주는 경우가 생겼고, 때로는 단골로 오시는 분들 중에는 나를 찾아서 이 곡을 연주해달라고 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팁도 두둑이 생겼다.
처음부터 팁을 받으려고 이 곡을 연주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돈을 받고 나니까 갑자기 프로 정신이 발동했다.
‘돈까지 받았는데 이거 대충 치면 안 되겠는데?’
그때부터 이 곡을 더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오부리로 스케일 맞춰 후리다가, 돈을 받고 나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곡대로 다시 카피했던 기억이 난다.
어려운 부분은 다시 잡고, 잘 안 되는 부분은 계속 반복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연주할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아마 그 시절에 이 곡을 처음으로 끝까지 제대로 외워서 연주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2년 정도의 밤무대 생활을 하면서 기타 연주곡 몇 곡을 정말 제대로 완성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아주 현실적이었다.
돈을 받았으니까.
취미로 연습할 때야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오늘 안 되면 내일 하면 되고, 안 되는 부분을 슬쩍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받고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려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당시에는 기타 연습도 많이 했고, 연주 실력도 많이 늘었던 것 같다.
그렇게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은 나에게 또 하나의 기억을 남겼던 곡이다.
20대 중반에는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LP로 들으며 감정 기복이 심했던 날들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나를 붙잡아 주었던 곡.
20대 후반에는 내가 직접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던 곡.
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나는 50대가 훌쩍 넘어 50대 중반이 되었다.
한동안 먹고사는 일로 기타를 제대로 잡아보지도, 제대로 연습하지도 못하고 있다.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하루하루 해야 할 일에 치이다 보니 기타를 손에 잡고 제대로 연습하는 시간도 없어지면서 점점 기타와 멀어져 갔다.
예전처럼 기타를 제대로 연습하지 않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손가락도 이제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예전에 치던 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손가락은 그 속도를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예전에 나오던 속주도 이제는 잘 안 된다.
손목과 손가락은 매일의 노동으로 항상 아프고 저리며, 손가락 힘도 많이 떨어졌다.
요즘은 손가락과 손목이 항상 아프다.
너무 사는 일에 혹사시킨 것 같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기타를 잡을 때도 느끼게 된다.
최근 들어 다시 기타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조금씩이라도 만지고 연주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다시 이 곡이 생각났다.
The Messiah Will Come Again.
20대의 어느 우울했던 밤, 내 모든 감정을 사로잡았던 곡.
Gary Moore의 깊은 서스테인과 울부짖는 듯한 기타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하나님의 존재를 생각했던 곡.
하나님과 멀어져 있다고 느끼던 나에게 다시 하나님 곁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던 곡.
20대 후반에는 밤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면서 팁까지 받았던 곡.
그리고 이제 50대 중반이 되어 다시 한번 이 곡을 연주하려 기타를 잡아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예전처럼 치려면 이제 손목과 손가락도 아프고 굳어져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만, 다시 시도해서 손에 익혀보려 한다.
8분 가까이 되는 연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만들어가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그래도 몇 시간씩, 며칠이라도 다시 연습하다 보면 손이 조금씩 예전의 기억을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20대의 내가 연주했던 곡을 지금의 내가 다시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지….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연주해보고 싶다.
음악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수십 년 동안 잊고 살아도 어느 날 다시 한 곡을 듣는 순간, 그 음악을 처음 들었던 장소와 그때의 기분, 그 시절의 내 모습까지 함께 돌아온다.
나에게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은 그런 곡이다.
20대의 나도 이 곡 안에 있고,
30대 40대의 나도 이 곡 안에 있고,
이제 50대 중반이 된 나도 다시 이 곡 앞에 앉아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다시 한번 연주해보려고 한다.
Gary Moore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예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이 곡을 다시 연주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20대의 어느 우울한 밤, 나를 다시 하나님 곁으로 이끌어주었던 곡.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며 내 삶의 한 시절을 함께했던 곡.
그리고 이제 50대 중반이 되어 다시 기타를 잡은 내가 또 한 번 마주하는 곡.
손가락이 예전 같지 않아도, 손목이 아파도, 속주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아도 한번 다시 해보려 한다.
며칠이 걸릴지, 몇 주가 걸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한번 끝까지 연주해보고 싶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내가 연주하는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연습과 녹음을 마치면 이 글에 영상도 함께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