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메뉴는 프라이드 라이스, 볶음밥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프라이드 라이스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오늘은 흔히 먹는 미국식 볶음밥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한국식 볶음밥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이곳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한국식 맛을 좋아하실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하실 수 있고, 반대로 간장이나 조미료 맛이 강하면 낯설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식과 미국식의 중간쯤 되는 맛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볶음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밥입니다.
한국식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면서 평소보다 물을 조금 적게 잡았습니다. 볶았을 때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하나씩 풀어지도록, 일부러 약간 꼬들꼬들하게 지었습니다.
밥이 완성되는 동안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감자와 양파, 당근을 모두 잘게 썰었습니다. 브로콜리와 하얀 브로콜리처럼 생긴 콜리플라워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다졌습니다. 어르신들이 드실 음식이라 재료가 너무 크거나 딱딱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작고 고르게 썰었습니다.
먼저 팬을 달군 뒤 다진 고기를 넣고 충분히 볶았습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잘게 썰어둔 감자와 양파, 당근을 넣었습니다. 감자는 익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 때문에 먼저 충분히 볶아주고, 그다음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넣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새우도 함께 넣었습니다.
고기와 새우, 여러 가지 야채가 한 팬에서 함께 익으니 색깔도 보기 좋고 향도 제법 그럴듯해졌습니다. 볶음밥 하나지만 고기와 해산물, 야채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여기에 꼬들꼬들하게 지어둔 한국 쌀밥을 넣었습니다.
주걱으로 밥을 누르거나 으깨지 않고, 밥알을 하나씩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재료와 골고루 섞어가며 볶았습니다. 밥이 질면 팬에서 한 덩어리가 되는데, 물을 적게 잡아 지은 덕분에 밥알이 비교적 잘 풀렸습니다.
간은 한국 양념과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조미료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한국 간장인 샘표간장을 넣어 볶음밥 특유의 짭조름한 향을 내고,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치킨 부용도 조금 넣었습니다. 치킨 부용은 닭고기 맛이 나는 조미료라 감칠맛을 내기에는 좋지만 많이 넣으면 금방 짜집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고 맛을 보면서 조금씩 조절했습니다.
샘표간장이 한국식 볶음밥의 향을 만들어주고, 치킨 부용이 미국 분들에게 익숙한 감칠맛을 더해주니 두 가지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볶음밥이 거의 완성됐을 때 계란은 밥과 처음부터 섞지 않고 따로 준비했습니다.
팬에 계란을 풀어 넣고 젓가락이나 주걱으로 휘휘 저어가며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처럼 익혔습니다. 계란이 너무 바싹 익지 않도록 촉촉할 때 불을 끄고, 완성된 볶음밥 위에 골고루 뿌려주었습니다.
꼬들꼬들한 볶음밥 위에 노란 계란이 올라가니 보기에도 훨씬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이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남았습니다.
접시에 볶음밥을 담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 드렸습니다. 혹시 평소 먹던 음식과 맛이 달라 남기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한두 숟가락 드셔보시더니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할머니들도 맛있다며 잘 드셨고, 할아버지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계속 숟가락을 움직이셨습니다. 여러 분이 접시에 담아드린 볶음밥을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음식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국 쌀로 밥을 짓고 샘표간장을 사용했지만, 치킨 부용과 익숙한 야채, 고기, 새우를 함께 넣어 미국 입맛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만든 것이 성공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한국식으로만 만들거나 미국식으로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맛을 적당히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다음에 같은 볶음밥을 만들게 되면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완성된 접시까지 사진으로 제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의 한국식 프라이드 라이스는 성공이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음식은 어느 나라 방식이냐보다 정성껏 만들고 먹는 사람의 입맛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